광고 세일즈를 할 때의 일이다.
미팅을 하기 전에 그 광고주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서 써보곤 했다. 홈페이지에 가서 제품을 살펴보고, 사람들은 이 제품을 좋아할까, 왜 구매할까, 설명이 잘 되어 있는가, 회원가입해서 상품을 고르고 결제할 때까지 불편한 것은 없는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사람들의 사용 후기를 살펴보고, 그 회사의 CEO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되도록 초창기 인터뷰에 왜 그 사업을 시작했는지의 진심이 잘 담기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고, 가장 최근 기사에는 요즘 고민하는 것들을 살필 수 있다.
해당 광고주가 이전에 광고를 구매했던 기록들을 살펴보고, 어느 시기에 얼마를 썼는지, 어떻게 캠페인을 세팅했는지, 아마도 목적이 무엇이었을 지,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성과가 어땠을지, 아마도 이 광고주는 광고 집행 후에 만족했을 지 불만족했을 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곤 했다.
광고를 집행하지 않아도 픽셀이나 SDK 등을 통해 해당 광고주의 사업이 지금 성장하고 있는지,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지, 그것이 그 광고주만 겪는 이슈인지 해당 산업군의 이슈인지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내가 만날 사람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를 생각했다.
미팅 전에 꽤 많은 것들을 점검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지만 반복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무엇보다 아무 생각 없이 미팅에 가서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요?'라고 맨땅에서 물어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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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파는 사람이 이런 고민을 하고 미팅에서 상의를 하면 광고주가 엄청 좋아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경험적으로 보면 열 명 중 일곱 명은 불편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외부에서 바라본 사람이 어설픈 질문을 하는 것이 시간낭비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고민하는 부분을 제대로 건드렸을 때 방어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반대로 나머지 세 명은 누구인가. 어떤 광고주가 이런 고민을 하는 세일즈 담당자를 반기는가. 1) 직급이 높을 수록(혹은 직급과 관계없이 본인이 직접 의사결정할 수 있을수록), 2)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니즈가 강할 수록, 그리고 3) 자존감이 높을 수록 그렇다.
광고주를 만나는 가장 큰 목적은 더 많은 광고비를 쓰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나는 이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를 직접 보고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일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당장의 해결책이 없더라도 문제를 정의하고, 풀고 싶어하고,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하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면 어지간한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 사람은 회사 안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회사 밖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히려 더 찾기 편하다. 회사 밖에는 무한대의 광고주들이 있고, 그 안에서는 반드시 합이 맞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니까. 세일즈를 좋아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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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의 기본은 내가 만나는 상대방의 사업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쓰지 말라고 해도 광고비는 저절로 커진다. 그리고 그 광고주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광고주들이 생겨난다. 설득할 필요가 없는, 단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말해주기만 하면 되는 그런 광고주들 말이다.
사실 세일즈를 하면서 얼마의 광고비를 쓸 것인지 물은 적이 별로 없다. 어느 정도 효율을 보였을 때 변동비를 커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창고에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물은 적이 더 많다. 광고를 집행할 때의 한계이익이 0에 수렴할 때까지 광고비는 증가하고, 그 이하로 내려가면 광고비를 줄이게 되어 있다. 상대방도 알 수 없는 것을 굳이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숫자를 보다가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먼저 연락해 광고비를 줄인다. 원인을 파악해서 개선한 후에 재개한다. 이렇게 하면 신뢰가 쌓이고 일시적인 변동성은 서로 이해하고 진행하게 된다. 무엇보다 광고주와 세일즈 간에 신뢰가 쌓인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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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팔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런 것을 알 수 없다.
세일즈는 자신이 파는 것의 가치를 믿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알아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모두에게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란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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